"과학 이론"으로서의 진화론의 의미



흔히 "진화론은 단지 이론일 뿐 증명된 법칙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1)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이론" 즉 "그냥 떠올린 생각"과 "정립된 과학 이론"의 차이, 그리고 (2) "과학 이론"과 "자연 법칙"의 차이를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실생활에서 쓰이는 "이론적으로야 그렇지"라는 말과, "정립된 과학 이론(정설)"은 동일한 단어를 쓰지만 그 의미는 꽤 다르다. 이 용어상의 괴리를 이용하여 "과학 이론 또한 완벽하지 않으므로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는 말로써 진화론을 반증하려는 시도들을 한다.
그러나 "과학 이론"은 그런 얄팍한 꼼수로 반증되는게 아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현상에 대한 관찰-법칙 발견 및 정리-가설 설정-가설에 대한 검증 수행-검증된 가설로써 이론 만들기의 단계를 거쳐 과학 이론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론은 대개의 경우 동료평가를 거쳐 논문으로써 발표되어 전문가들에게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게 된다. 이 모든 단계를 다 거쳐야 하나의 정립된 "과학 이론"이 만들어지며,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법을 통해서도 이 이론이 지지되며 반증에 대한 방어에 성공할 경우 이 과학 이론은 타당성을 더해간다.

"진화"는 관찰된 자연 현상이며 팩트이다. 이러한 관찰된 팩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과학 이론이 바로 "진화론"이다.

[한글 대본]

학생: 찰스 다윈은 그의 책 “종의 기원”에서 두 가지 사실이 없으면 진화론은 그냥 이론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중간 단계의 화석이 필요하고, 단순한 구성 단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모든 생물에서요. 하지만 명백하게 과학적으로 세포는 단순하지 않잖아요? 따라서 제 질문은,

"왜 우리는 모든 생명에 관한 믿음의 타당성을, 그저 한 이론에 기반해야 하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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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교수: 상당히 포괄적인 질문이고, 좋은 질문입니다. 우선 질문한 학생이 ‘다윈이 했다'고 한 말에 대해 반박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나는 다윈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소한 걸로 말꼬리 잡지는 않기로 하죠. 학생이 말한 뒷부분으로 바로 갑시다. 왜냐면 사람들이 항상 말하기를, “진화는 그냥 이론일 뿐이다.” 라고 하니깐요. 그쵸? 기본적으로 그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좋아요. 중력이론이라고 들어 본 적 있나요? 잘 들어맞죠. 질병에 대한 세균 이론은 어떨까요? 보시다시피, 과학에서는 “이론”이라는 용어를 좀 다른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과학 이론은 어떤 누군가의 막연한 생각이 아닙니다. 그게 "다윈의 생각일 뿐이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긴 하지만,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어 왔고, 실제로 발생했다는 것이 입증돼 왔습니다.

“진화”는 이론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다만) 진화에 관한 이론(진화론)이 있고, 그것은 생물이 어떻게 진화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이를 예측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실과 관찰의 총체'입니다.

학생이 말한 "구성 단위"를 예로 들어 볼까요? 다윈이 그런 말을 했는지는 제가 확신하진 못하겠지만, 내가 엄청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윈은 DNA가 뭔지 몰랐을 거라는 점입니다. 또한 확신하건대 다윈은 핵산이 뭔지 몰랐을 겁니다. Sarah(앞 시간 교수)가 우리에게 핵산에 대해 알려주었고, 내생각에는 그게 기본 구성 단위인데요, 맞죠?

우리는 이러한 환상적인 이해를 들고서 의학으로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합시다.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 우리 나라의 최고 대학들에 있는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의 많은 연구자들은, 믿어주시길, 이런 연구를 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을 뽑은 것이고, 이 사람들이 바로 그 구성 단위(DNA)에 대해 연구하고 있죠. 왜냐면 그 구성 단위는 암과 같은 것들의 가장 근본적인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여러분이 암에 걸렸다고 할 경우 이 통제불능의 세포에 대해 증거와 이성에 근거한 해석을 하는 쪽과, 그리고 그냥... 생각 좀 해 보고 “영적”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쪽이 있을 경우, 그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나라면 매번 언제라도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를 택하겠습니다. 그쵸? 이건 명백하게 이쪽이 맞다고 입증된 것입니다.

진화생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의학은 일부, 즉 이 거대하고 포괄적인 진화생물학의 일부입니다. 그게 의미하는 것은, 우리 과학자들이 진화를 (과학적인) 모든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겁니다.

또한 이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분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상당히 비판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과학의 핵심적인(+비판적인) 요소는 항상 존재하는데요, 왜냐면 우리는 언제라도 동료들의 연구를 놓고 “우와! 너 이거 틀렸어! 다윈 너 틀렸어!” 라고 말할 수 있고, 다윈이 실제로 틀린 적도 여러번 있구요.

다윈은 유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게 그냥 혼합되는 건줄 알았대요. 이제 우리는 유전자가 분리되어 전해진다는 걸 알죠. (이제 우리는) 입자(DNA)가 구성 단위라는 것을 알죠.

그러나, 그것(다윈이 몰랐던 유전 법칙)이 다윈의 자연 선택에 대한 이해 속으로 얼마나 아름답게 녹아들어가는지를 보세요. 그때 만들어진 예측들을 보세요. 그 예측들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한 언덕에서 맨 위(지층)의 Abdullah(라는 이름의 고인류 화석)에서 시작해서 (아래 지층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연속적으로 점점 작아지는 뇌용적과 점점 커지는 얼굴을 거쳐, 마침내 침팬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종의 생명체에 다다르는 걸 보세요.

여기서 우리는 (인류 진화에 대한) 가설을 검증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진화 이론이 잘 들어맞았다는 것을 입증하였으며, 이 경우에는 암에 대한 의생물학적 근거만큼이나 잘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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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강연은 HHMI 에서 2011년에 주최한 Holiday Lectures on Science 중 네 번 째 강연이다. 주제는 "뼈, 돌, 그리고 유전자: 현대 인류의 기원"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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