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이는 아무말: 나 자신의 진로적성은 무엇일까?

이제 와서 느낀 점인데, 지금의 내가 가장 잘 할 줄 아는 것은 업무상 편리한 작업 도구 (또는 프로그램) 를 찾아내어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석사과정 때는 그냥 처음 써보는 실험방법이나 문서작성법 등을 배우기 급급해서 별게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이때부터 SPSS를 처음 배워보거나 노트북을 사용한 문서 작성에 재미를 붙이거나 하는 등의 기반 다지기 시절이었던 것 같다.

박사과정 때도 그런게 잘 드러나진 않았다. 다만 교수가 biased random walk에 꽂혀서 모든 결과를 그 관점에서 보는 바람에 논문 연속 리젝만 열 번 가까이 먹었는데, 결국 게재승인된 논문에는 내가 졸업논문에 진화론에 빗대어 쓴 개념 설명을 (random vs determination 사이의 상호관계 등) 상당 부분 차용했다. (그래서 거기 내 데이터 별로 없어도 코퍼스트 넣어줬겠지...)

그리고 image analysis 할때 현미경에 딸려온 유료 프로그램을 써서 수동으로(...) 배경 찍고 형광시그널 찍어서 백그라운드 노이즈 노멀리제이션 하고 있길래 ImageJ의 subtract background 기능을 찾아서 알려주고 나도 잘 써먹었다. 세포표면의 receptor asymmetry 측정을 위해서는 oval profile이라는 (더이상 업데이트 안돼서 ImageJ도 구형 버전으로 써야하는...ㅠㅠ) 플러그인을 찾아서 자동으로 방향성을 측정할 수 있었기에 (이때 샘플 n수가 그룹당 적게는 100개, 많게는 300개 이상이었다. 쥐가 아니라 벌레-예쁜꼬마선충-라서 할 수 있는 숫자임) 졸업논문용 데이터 쌓아올리는 데 유용하게 썼다.

(...생각보다 많네? 그런데 요때는 거의 나혼자 써먹을 용도였다는거...)

포닥1 때는 랩원들이 다들 적절한 그래프 디스플레이 방법이 없어서 헤메고 있었을 때 내가 GraphPad Prism을 써보기를 제안했고, 그래프 때문에 고생하던 학생의 문제가 싹 사라졌다. 써보면 쓰기 쉬우니깐. 그리고 R 배울 것을 추천해서 그 학생은 R을 제대로 학교 수업에서 배웠다. 결국 우수한 학생으로 크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배운적 없어서 할 줄 모른다는게 함정.ㄷㄷㄷ)

연구교수 때는 내가 제안한 것들 중에 카카오 아지트가 채택되어 시험적으로 운용되었다. 그때까지 이메일로만 오갔던 학생-교수 사이의 디스커젼이 온라인 상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다. 말하자면 실험실 운용의 사이버 인프라를 제공했던 셈이었다.

현재 다시 포닥2 오면서는 원드라이브와 오피스365를 추천했다. 논문 작성하면서 실시간으로 교수의 피칠갑(...)이 시작되었고, 논문 필진 중 학생 한 명은 라이팅에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 학생에게는 멘델레이 사용법도 살짝 가르쳐 주었는데, 이전까지의 매뉴얼 타이핑에 비해 엄청 쉽다며 신나게 써먹고 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내가 갈만한 다음 직장은 어떤게 좋을까. (충분한 연봉과, 직업적 안정성 또는 성장성이 있어야 한다.) 연구성과(=논문)에 관계 없이 갈만한 좋은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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