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vs 게헨나

http://www.jewishencyclopedia.com/articles/12446-purgatory

http://www.jewishencyclopedia.com/articles/6558-gehenna

가톨릭과 개신교의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연옥"인데요, (아울러 근본주의 개독이 천주교를 이단이라 할때 "마리아 숭배"라는 성모신심과 함께 자주 드는 예죠) 종교개혁 (또는 종교분열) 이후 개신교에서는 "sola scriptula"에 위배된다 하여 연옥교리를 퇴출시킨 반면 성경의 상위개념인 "성전(성경+전승)"을 유지하던 가톨릭은 연옥교리를 유지하죠.

연옥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구절은 구약의 마카베오서 뿐인데요, 마카베오서는 70인역 그리스어 성경만 존재하고 개신교에서는 히브리어 원본이 없다 하여 정경 목록에서 제외시킨 부분입니다. (마카베오서는 신약처럼 그리스어본이 원본이라는 설도 있는듯 합니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 "감상"으로는 가톨릭의 연옥은 유대교의 "한시적 게헨나"가 발전된 개념이라 생각됩니다.
복음서에 '게헨나'가 사용된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태오복음 5:22, 29, 30
마태오복음 10:28
마태오복음 18:9
마태오복음 23:15, 33
마르코복음 9:43, 45, 47
루카복음 12:5

게헨나의 어원은 "힌놈의 (아들의) 골짜기" (Ge (ben) Hinnom)이며 예루살렘 남서쪽의 소위 "쓰레기 소각장" 입니다. 그 이전에는 예루살렘인들이 몰록신에게 어린 아기를 산 채로 불에 태워서 공양하던 곳입니다. 말 그대로 생지옥이며 불지옥인 셈이죠.

The Jewish Encyclopedia 에 따르면 유대교에서의 "게헨나"는 지옥+연옥 정도의 개념으로 사용되는데요, 즉 성인군자들은 바로 천국으로 가고, 악인들은 게헨나에서 영원히 소각되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게헨나에서 최대 12개월 동안 소각되어 속죄와 정화를 마친 뒤에 천국으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의 "한시적 게헨나"가 "영원한 게헨나"에서 분리되어 가톨릭의 연옥 개념이 탄생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개념의 게헨나는 루카16:19-31 의 "부자와 나사로" 부분을 보시면 잘 나와 있습니다. 나사로가 죽어서 "아브라함의 품"으로 갔다고 하죠. 그리고 단절되어 영원한 형벌을 받는 부자와 아브라함이 대화를 하죠. 잘 보시면 나사로는 "하느님의 품"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품"에 있습니다. 그곳은 지옥은 아니며 천국도 아닙니다. 말하자면 "셰올"이라는 유대교 특유의 저승세계인데요, 거기서 불타는 형벌을 받는 곳은 "게헨나" 입니다. 그런데 지옥의 부자가 나사로를 품에 안은 아브라함과 대화를 하네요? 지옥은 이승 및 천국과 모두 단절된 곳이라던데...

그런데 이곳이 유대교의 "게헨나" 라고 한다면 모든 아구가 맞아 떨어집니다. 부자는 "영원한 게헨나" 형벌을 받게 되었고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서 천국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일시적 게헨나"에 머뭅니다. 바로 이것이 "일시적 게헨나"가 "연옥"의 개념과 일치하는 시점이죠. 물론 어째서 아브라함이 여태 천국 안가고 거기 있었나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일단 여기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단 '유대백과사전'에서 말하기를 아브라함은 게헨나의 입구를 지키며 할례받은 이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원론적 개념은 바빌론 유수 이전에는 유대교에 없던 개념이긴 합니다. 천국과 지옥, 선신(야훼)과 악신(사탄) 등의 구분은 역시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